[항공지식] 선회와 기동성

2012 포스팅 자료실 2013.01.20 15:49

항공역학 - 전투기의 선회와 기동성

 

출처 : 전투기의 이해(임상민)

 

 

선회

 

 

수평선회

 

전투기에서 선회란 전투기의 진행 방향을 변화시키는 것으로서, 물리적 개념으로 본다면 벡터(vector)량으로 정의할 수 있다. 전투기가 수평선회할 경우 양력 성분 중 벡터 분해된 양의 구심력 방향 성분이 선회에 쓰인다고 할 수 있다. 이 힘의 크기가 전투기의 방향 벡터를 변화시키는 성능이 된다. 즉, 선회 성능은 벡터량의 변화율이 되기 때문에 결국 전투기의 기동성도 벡터량의 변화율로 정의할 수 있다.

 

선회의 종류는 수평선회와 수직선회가 있으며, 선회를 나타내는 3요소로는 선회반경, 선회율, 중력가속도가 있다. 선회반경과 선회율은 기체의 속도와 기체에 작용하는 중력가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G는 가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하중(loading) 또는 중력(gravity)을 나타낸다. 표준 중력가속도인 g = 9.81m/s"을 1G라고 하고, 수평선회각(bank angle)을 코사인한 크기로 1을 나눈 값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것을 공식으로 하면 G = 1/cos# (는 수평선회각)로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투기가 60도로 수평선회 중이라면 cos60도는 1/2이므로 G는 2가 될 수 있다. 2G로 기동하고 있다는 것은 조종사의 몸무게가 60kg 이라고 가정한다면 120kg의 몸무게만큼의 하중을 받는 것과 같다.

 

수직선회

 

전투기가 수평으로 직진 비행할 때 전투기 조종사가 받는 하중(G)은 지구 중력(g)과 같은 1G다. 조종사가 수직으로 상승하기 위해 5G에 해당하는 상승 조작을 했을 경우, 조종사가 그대로 5G를 느끼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지구가 전투기를 지면 방향으로 1G 만큼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5G에 해당하는 조작으로 상승선회를 시도하는 전투기는 실제로는 4G로 선회를 하게 된다.

 

전투기가 수직상승 중이라면 중력(g)과 하중(G)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전투기가 수직상승 중이라면 지구 중력은 전투기의 하중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전투기의 속도를 감소시키는 힘으로만 작용한다. 그래서 수직상승 중에는 5G에 해당하는 조작으로 5G로 선회할 수 있다.

 

수직선회가 지속되어 전투기가 타원의 정점에서 뒤집혀 있을 때를 가정해보자. 이때 전투기가 선회하는 힘 5G에 중력이 지면 방향으로 1g 만큼의 힘으로 더 당겨주니까 실제로 전투기는 6G로 선회하게 된다. 지면을 향해서 선회하면 지구 중력만큼의 하중을 더 얻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수직 정점에서는 전투기가 더 작은 호를 그리며 선회하게 된다. 따라서 전투기가 수직선회하는 전체적인 궤적은 마치 달걀 모양의 타원을 형성하게 된다.

 

 

이와 같이 수직선회 시 지구 중력에 의한 영향으로 선회하중이 변하는 것을 유효선회하중(Radial G)이라고 한다. 유효선회하중의 활용은 선회율 3~4도/sec에 해당한다. 1G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고전적인 근접공격에서는 2도/sec의 선회율 차이로도 승패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유효선회하중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회반경

 

선회반경은 전투기가 선회할 때 그리게 되는 원의 반경을 나타내는 수치이다. 일반적으로 선회반경은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TR = V"/gG

 

(TR은 선회반경, V는 속도, g는 중력가속도, G는 하중배수 또는 중력배수)

 

따라서 선회반경은 속도(V)의 제곱에 비례하고, 중력가속도(g)와 하중배수(G)에 반비례한다. 즉, 속도가 크면 클수록 선회반경이 커진다. 이는 고속비행하는 비행기가 큰 원을 그리며 선회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 하중배수가 클수록 선회반경은 작아지는데, 선회각을 높이거나 조종간을 당겨서 하중배수를 올리는 등의 기동으로 선회반경을 작게 할 수 있다.

 

전투기의 선회 능력을 평가할 때는 선회반경과 선회율을 함께 고려한다. 선회반경의 경우, 전투기가 얼마나 작은 반경으로 선회했는가가 중요하다. 속도를 줄이면 줄일수록 선회반경이 작아지므로, 낮은 속도에서 선회에 들어가는 것이 선회반경 면에서 유리하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선회반경은 선회하중(G)을 많이 걸수록 작아지고 선회하중은 속도에 비례해서 많이 걸 수 있으므로, 선회하중을 최대로 걸면서 선회반경도 작은 속도가 존재하게 된다. 이 속도를 코너 속도(corner velocity)라고 한다. 코너 속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설명하기로 한다.

 

선회율

 

선회율이란 선회반경의 원을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돌 수 있는가를 측정한 수치이다. 이때 선회에 걸리는 시간이 중요한 변수가 되며, 선회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전투기는 기수를 빠르게 돌려 선회를 마칠 수 있다. 선회율의 단위는 도/sec 으로, 일반적으로 초당 몇 도를 선회하는가로 표시한다.

 

선회율은 선회반경과 마찬가지로 전투기의 속도 및 하중배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선회율은 공식으로 Tr = kG/V 로 표현할 수 있다. 이 공식에서 Tr은 선회율이고, G는 하중배수, V는 속도이다. 여기서 k는 각 전투기의 고유상수인데, 이 상수는 풍동실험이나 전산유체역학 등으로 예측하여 구할 수도 있고, 실제로 비행시험으로도 구할 수 있다. 이 상수 k 값이 전투기의 선회율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k 값이 구해지면 선회기동에서의 하중배수와 속도에 따라 각 전투기의 선회율이 결정되는데, 공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회율은 하중배수가 클수록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투기 관련 자료를 보면 전투기의 최대선회율은 순간선회율(instantaneous turn rate)과 지속선회율(sustained turn rate)로 나뉜다. 순간선회율은 주어진 비행조건(속도, 고도 등)하에서의 일시적인 최대선회율을 의미한다. 즉, 주어진 비행 조건이 순간적이기 때문에 어느 한순간에 낼 수 있는 최대선회율만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반면, 지속선회율은 주어진 비행 조건하에서 일정 시간까지 지속하면서(Ps =0) 선회할 수 있는 최대선회율을 의미한다.

 

순간선회율은 전투기가 선회 최적 속도, 즉 코너 속도에서 최대하중으로 선회를 시작하는 순간에 나타난다. 최대순간선회율로 선회를 시작한 전투기는 급격히 증가하는 양력으로 인한 항력 증가로 속도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속도 감소에 따라 전투기가 걸 수 있는 하중도 점차 감소하기 시작하고, 하중 감소에 따라 양력과 항력도 감소하여 선회율은 점점 낮아지게 된다. 이렇게 선회율이 점점 낮아지면 전투기의 항력과 추력이 균형을 이루어 속도와 하중을 일정하게 지속하면서 선회할 수 있게 된다. 이때의 선회율을 지속선회율이라고 한다.

 

선회를 반복하는 고전적인 근접공중전에서는 지속선회율이 전투기의 성능을 평가하는 중요한 수치인 반면, 4세대 이후 현대 제트전투기의 경우는 무기교전범위(WEZ, Weapon Engangement Zone)가 비약적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에 무장 적용을 위해 기수를 얼마나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즉, 높은 받음각에서의 급기동이나 실속 후 기동과 같이 순간 기수를 전환해 단거리 미사일을 적기보다 먼저 발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4세대 이후 최신 전투기의 경우, 지속선회율보다 순간선회율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성능 수치가 되어가고 있다. 순간선회율은 방어적인 측면에서도 전투기 생존율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다.

 

기동성

 

전투기의 기동성은 조종사가 원하는 위치로 기체를 보다 빠르고 민첩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능력과 조종사가 원하는 대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전투기 기동성의 핵심 성능은 가속 성능과 선회 성능이며, 이는 하중과 선회율, 선회반경, 최대속도, 익면하중, 상승률, 추력중량비, 익폭하중, 코너 속도 등의 요소로 구성된다. 전투기 기동성에 관계된 각 요소들을 살펴보자.

 

추력중량비

 

추력중량비(thrust/weight ratio)란 전투기의 무게를 엔진의 추력으로 나눈 수치이다.  즉, 추력중량비가 1이라면 엔진의 추력과 전투기의 무게가 같은 상태를 의미한다. 추력중량비가 1을 넘으면 전투기 무게보다 엔진의 추력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하고, 1보다 작으면 엔진의 추력보다 전투기의 무게가 더 크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추력중량비가 1을 넘으면 전투기는 자체 무게보다 엔진의 추력이 더 크기 때문에 수직으로 상승하면서도 가속이 가능해진다.

 

추력중량비는 전투기의 가속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수치로, 전투기의 중량과 추력 자료를 가지고 간단히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투기의 가속 성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항력을 고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참고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전투기의 항력을 고려한 보다 실질적인 가속 성능 수치는 잉여추력(Ps)이며, 잉여추력은 앞에서 살펴보았다.

 

전투기의 엔진 추력은 일정하지만, 중량은 연료 상태와 무장 형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추력중량비에서는 전투기의 중량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추력중량비는 엔진의 후기연소기를 사용한 상태에서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하고 연료는 50% 또는 60% 상태에서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세대와 3세대 제트전투기들의 추력중량비는 보통 0.7~1.0 이지만, 복합소재와 대출력 터보팬엔진의 등장으로 4세대 이후 제트전투기는 전투중량에서 추력중량비 1.0을 초과한다.

 

익면하중

 

익면하중(W/L : Wing Loading)은 뒤에서 언급할 코너 속도와 더불어 전투기의 선회 성능을 간단히 나타내주는 수치로서, 전투기의 무게를 날개 면적으로 나눈 것이다. 즉, 단위 날개 면적에 얼마만큼의 무게가 걸리는가를 나타낸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선회를 시작하면 전투기에 하중이 걸리기 시작한다. 만약 날개 면적 1m"가 200kg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다면, 5G의 하중으로 선회해도 날개에 곧 1,000kg의 하중이 걸리게 된다.

 

하중이 늘어나게 되면 앞서 설명한 잉여추력이 감소하게 된다. 날개 면적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추력을 높여서 속도를 증가시키거나 받음각을 장가시켜 양력을 무게와 같은 크기로 늘리기 전까지 잉여추력은 감소하게 된다. 그리고 잉여추력의 감소는 전투기 기동 한계 저하로 이어진다.

 

물론 익면하중은 잉여추력에 종속받는 함수가 아니기 때문에 단지 익면하중이 작다고 잉여추력이 작아진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날개가 낼 수 있는 양력은 한계가 있고, 이와 반대로 익면하중이 커지면 날개의 요소가 부담하는 하중이 커지기 때문에 비행 영역에 한계가 생긴다. 따라서 익면하중이 높은 전투기는 기동에 필요한 양력을 충분히 제공해줄 수 없을 뿐더러, 큰 하중을 걸 수 없어서 선회 성능이 좋지 못하다. 그리고 기동에 필요한 양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만큼 조종성 및 저속 안정성도 떨어진다.

 

그렇다고 날개를 무조건 크게 설계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날개폭은 그대로 두고 시위 길이만 늘린다면, 유도항력이 급증하여 고고도에서 기동성이 크게 저하될 것이다. 반대로 시위 길이는 그대로 두고 폭을 크게 넓이면 전투기의 롤 성능이 저하되어 기동성이 떨어지게 되며, 특히 저고도 근접전에서 불리할 것이다.

 

익폭하중(wingspan loading)은 바로 앞의 두 예 중에서 후자에 관련된 선회 성능 수치이다. 익폭하중은 전투기 무게를 날개폭으로 나눈 것으로 익폭하중이 작으면 작을수록, 즉 날개가 길면 길수록 유도항력이 줄어든다. 그리고 날개폭과 함께 시위를 키워 면적을 넓히면 익면하중도 줄어들기 때문에 선회 성능이 향상된다. 날개가 커지면 익면하중이 작아져서 기동에 유리할 것 같지만, 유도항력과 형상항력이 동시에 커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앞서 날개폭과 항력의 관계를 살펴보았듯이, 전투기에서 특정 성능을 높이면 그만큼 다른 성능에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러한 설계적 특성을 트레이드오프(trade-off)라 한다.

 

따라서 하나의 성능만을 추구하여 설계하는 전투기는 전체적인 효율성이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현대 전투기는 특히 다목적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익폭하중과 잉여추력, 추력중량비, 익면하중, 상승률, 선회율, 항속 성능, 코너 속도 등의 기동 요소를 각 전투기의 성능 요구 조건에 맞추어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설계한다.

 

코너 속도

 

앞서 선회반경과 선회율에서 살펴보았듯이 전투기의 선회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는 속도와 하중이다. 하중을 얼마만큼 걸 수 있는지는 양력에 좌우된다. 따라서 높은 하중으로 선회하려면 날개가 양력을 충분히 발생시켜야 한다. 그런데 양력은 전투기의 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커진다. 따라서 전투기가 높은 하중으로 급선회를 하기 위해서는 그 선회 양력을 지탱해줄 만큼 충분한 속도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최소비행속도 정도의 저속이라면 높은 하중을 걸지 못하므로 속도를 무조건 줄인다고 선회 능력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높은 하중을 걸기 위해서 계속 속도를 높일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앞서 살펴보았듯이 전투기의 속도를 증가하면 선회반경이 커지고 선회율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투기의 속도가 초음속에 이르게 되면 기동하는 데 큰 제약을 받기 때문에 걸 수 있는 하중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전투기는 최대하중을 걸 수 있는 가장 낮은 속도에서 최대선회율과 최소선회반경을 가지며, 전술적인 최적의 선회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속도를 코너 속도라 한다. 선회의 최적 속도인 코너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투기의 속도를 잘 제어해야만 한다. 전투기의 속도를 제어하는 방법은 엔진 추력을 증감시키는 방법, 항력장치를 이용하는 방법, 고도를 증감시키는 방법, 그리고 선회하중(G)을 이용하는 방법, 이 네 가지이다.

 

엔진 추력의 증감은 말 그대로 엔진 추력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켜 전투기의 속도를 증감시키는 것을 말한다.

 

항력장치는 비행기에 부착된 스피드 브레이크(speed brake)나 스포일러(spoiler) 등을 말한다. 스피드 브레이크는 평상시에 동체나 날개와 한 면을 이루고 있다가 감속이 필요한 때에 펼쳐서 큰 항력으로 항공기 속도를 줄이는 장치를 말하고, 스포일러는 날개에 있는 조종면의 하나로서 한쪽 날개 윗면만 올려서 롤 운동을 하거나 양쪽을 모두 올려서 비행기를 감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고도를 증감시킨다는 것은 속도 에너지를 위치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것을 말한다. 즉, 기수를 들고 상승하면 중력 때문에 속도가 감속되고, 기수를 내려서 하강하면 중력에 위해 속도가 가속되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선회하중(G)을 이용하는 방법은 선회 시 양력 증가로 발생하는 항력을 이용해 속도를 감속시키는 것을 말한다. 즉, 전투기는 선회할 때마다 하중에 비례해서 속도가 감속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떠한 전투기도 최대하중을 걸고 연속 선회를 할 때 속도가 감속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전투기는 감속될 것을 감안하여 코너 속도보다 약간 높은 속도로 선회전에 돌입하여 연속 선회에서 최대 선회 성능을 발휘하도록 한다.

 

V-m 선도와 E-M 차트

비행영역 선도

 

초기동성과 추력편향

 

전투기의 초기동성(super-maneuverability)은 매우 높은 받음각에서 갑작기 혹은 전혀 예기치 않은 방향과 방법으로 비행할 수 있는 기동 능력으로 정의된다. 여기에서 '매우 높은 받음각'은 실속받음각 이상을 의미하고, '예기치 않은 방향과 방법으로 비행'은 기수 방향에 따른 비행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의 전환이나 가속 혹은 감속을 의미한다.

 

초기동성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89년 파리 에어쇼에서 러시아 전투기 Su-27이 코브라 기동을 선보이면서부터이다. 시범비행을 한 조종사의 이름을 따서 '푸가초프의 코브라(Pugachev's cobra)'(혹은 코브라 기동)로 불리는 이 기동은 저고도에서 수평비행을 하던 Su-27이 마치 코브라가 머리를 치켜들 듯이 순간적으로 기체를 수직으로 세워 급감속한 후 다시 원래 자세를 회복해 비행하는 기동이다. 기체를 수직으로 세울 때는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지상에서 볼 때는 전투기가 공중에서 마치 정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근접 공중전에서 코브라 기동을 구사하면 급감속을 통해 뒤에 위치한 적기를 추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묘기에 가까운 코브라 기동은 언뜻 보기에 근접공중전에서 유용해 보이지만 공중전은 1대 1교전이 아닌 편대 교전이기 때문에 코브라 기동을 구사한 전투기는 에너지가 크게 소모되어 전술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코브라 기동은 비실전적 기동에 해당한다. 다만 코브라 기동은 주익이 실속에 들어간 후에도 기동(post stall maneuver)할 수 있다는 초기동성과 저속의 높은 받음각 상태에서도 기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서, Su-27 기종의 우수한 기동성을 상징한다는 의미가 있다. 1975년에는 YF-17 코브라 전투기가 코브리 기동과 유사한 '행 앤드 후크(hang and hook)' 기동(수평비행 중에 순간적으로 기수를 105도 들어서 동체를 세우는 기동)을 선보인 바 있다.

 

주요 전투기 개발 국가들은 21세기의 전장 환경에서 고기동성을 넘어서는 초기동성이 근접전의 기보닝 될 것으로 예측하고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러시아의 경우 1980년대부터 이미 연구를 진행해 1990년대에 Su-39MK나 Su-37과 같은 추력편향제어 기술을 적용한 전투기를 내놓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측도 같은 시기에 X-31이나 F-15 S/MTD(STOL/Maneuvering Technology Demonstrator), F-18 HARV(High Alpha Reserach Vehicle)를 개발했다.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초기동성을 갖춘 F-22 랩터를 실전배치했다.

 

기존 전투기들이 발전된 공기역학적 기법과 조종면 제어를 통한 공력 제어로 초기동성을 선보였다면, 최근의 경향은 발전된 제어 기법과 더불어 엔진의 추력선을 변화시켜 전투기의 기동을 보다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추력편향(thrust vectoring) 기술을 적용한 전투기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력편향 기술은 엔진의 추력 방향을 임의로 조절하는 기술로, 조종면을 통한 공력 제어와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추력을 편향시킬 수 있는 전투기로는 1960년대에 등장한 해리어 수직이착륙 전투기가 있지만, 해리어 수직이착륙 전투기는 통상적인 비행에서 추력편향을 제어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지 때문에 본격적인 추력편향 전투기로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추력편향 기술을 적용한 전투기를 조종면에 의한 공기역학적 조종과 더불어 배기 노즐 변형에 의한 추력편향력과 모멘트를 이용해 피치, 요, 롤, 역추력 등을 제어한다. 따라서 외부 공기 흐름에 대한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 고받음각, 극저속, 고고도 등 조종면에 의한 제어가 어려운 상황하에서도 양호한 조종성을 발휘할 수 있다.

 

추력편향 기술과 전투기의 기동성 향상을 위한 연구 분야로 등장한 것이 바로 CCV(Control Configured Vehicle : 형상제어비행체)이다. CCV는 기수 방향과 실제 기체 진행 방향을 달리할 수 있는 고기동 기술이다. CCV는 동체에 카나드와 조종면을 추가하고 플라이바이와이어 또는 파워바이와이어(PBW, Power-By-Wire) 방식의 조종면 제어 기술을 사용해 기체의 기수를 움직이지 않고 상하좌우 기동이 가능하도록 비행컴퓨터가 제어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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