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공장의 비밀

2012 포스팅 자료실 2012.11.21 18:37

하루 18cm 씩 전진하는 항공기 ... KAI 공장의 비밀

 

 

[머니투데이 사천(경남)=이상배 기자][[현장르포]"체계종합 기술 독보적"...'KT-1 수출 축하' '민영화 반대' 현수막 대조]

 

출처 : http://finance.naver.com/item/news_read.nhn?code=047810&office_id=008&article_id=0002951132

사천공항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약 10분 정도 달리면 항공기 관련 업체들이 밀집한 진사(진주.사천) 지방산업단지에 들어선다. 이 단지 북쪽에 무려 총 100만 평방제곱미터(30만평) 넓이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천공장이 위치해 있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6일 KAI 공장 정문 옆 건물에는 최근 페루로 기본훈련기 KT-1 수출이 성사된 것을 자축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바로 옆 건물 현관 옆에는 'KAI 민영화 매각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노조 포스터들이 나붙어 대조를 보였다. 현지 공장 직원들의 표정에서도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작업체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매각을 앞둔 불안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 세계 최고 자동화 수준 = "공장의 일부는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절대 공장 전체를 찍으면 안 됩니다." KAI 관계자는 공장 방문을 시작할 때 수차례 신신당부했다.

 

KAI가 공장 촬영에 특히 민감한 이유는 방위 사업업체로서 국가보안시설에 해당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세계 어디나 항공기 조립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지지만 KAI는 이를 상당부분 자동화하고 있었다. 인건비 절감 뿐 아니라 정밀도 향상을 위해서다. 이 자동화 설비 가운데 대부분은 KAI가 자체 개발한 것으로, 아직 미국 보잉이나 프랑스 에어버스에도 없다.

 

항공기는 조립할 때 주로 '리벳(Rivet ; 대갈못)'을 박는데, 전체 중량을 최소화하면서도 견고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리벳의 간격을 정교하게 조절해야 한다.

 

KAI는 중요한 부분의 경우 사람 대신 로봇이 스스로 간격을 측정해 리벳을 박도록 하고 있다.

 

다양한 연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작업대 단말기에 언제 어떤 연장이 필요하다고 입력하면 직접 로봇이 그 시간에 연장을 가져다 준다. 또 안전을 위해 로봇의 이동 경로에 사람이 있으면 자동으로 로봇이 멈추도록 설게해뒀다.

 

KAI가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은 '무빙 라인(Moving Line)' 시스템이다. 조립 중인 비행기나 헬기가 매일 0.18m 씩 미세하게 전진하도록 하고, 각 파트의 담당자들은 정해진 시간 내에 맡은 부분의 조립을 마친다. 최근 1호 조립이 완료된 최초의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 조립 라인에 처음 도입됐다. 현재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곳은 전세계 항공기 제작업체 가운데 KAI가 유일하다.

 

손기복 KAI 항공기 생산 2팀장은 "KAI가 생산하는 고등훈련기 T-50의 경우 무려 5700가지에 달하는 부품들이 들어간다"며 "단 1개의 부품이라도 잘못 조립될 경우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도의 정밀성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 항공기 개발의 꽃 '체계종합' = 항공기 제작 분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항공기 설계실. 모니터에 '컴퓨터 기반 설계 및 제조(CAD/CAM)' 프로그램을 띄우자 항공기 그림 내부에 수백개의 선이 펼쳐진다. "회사에서 가장 좋은 컴퓨터인데도 설계도면 전체를 한번에 띄우는 게 불가능하네요. 그냥 한가지씩 보여드릴께요." KAI 관계자는 쑥스러운듯 웃었다. 항공기 하나를 설계하는데 그 정도로 방대한 양의 설계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항공기 하나를 설계하는데 필요한 계통만 엔진, 착륙, 항공전자, 전기, 유압, 연료, 냉각 등 무수히 많다. 통상 국방부 등 발주자가 원하는 작전 방경 등 조건을 전달하면 그에 맞는 엔진을 선택하고, 그 엔진의 크기와 모양 등을 고려해 외형을 설계한다. 그 다음에는 그 외형 안에 필요한 모든 장치들을 밀어넣어야 한다.

 

각 계통이 공간적으로 겹치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전자기적 간섭(교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중량관리도 고도의 정교함을 요구하는 분야다. 항공기를 공중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운항하기 위해서는 중앙에 무게중심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설계 변경 과정에서 새로운 장치를 추가하거나 장치의 위치를 바꾸면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다른 장치를 넣거나 옮겨야 한다.

 

연료 문제도 복잡하다. 날개에 탑재되는 연료는 공중에서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연료 소비에도 불구하고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동으로 연료 탱크 사이에 연료를 이리 저리 옮기도록 설계를 해둬야 한다.

 

KAI 관계자는 "처음 개발한 KT-1의 경우 설계부터 시작해 생산까지 총 10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지금은 경험이 쌓여 한가지 모델을 개발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8년, 6년으로 점차 줄었지만 설계 과정에서 항공기의 각 계통을 통합하는 '체계종합 기술'은 여전히 국내에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고난도의 분야"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KAI 인수의향을 가진 대한항공의 경우 항공기 부품을 생산과 정비를하고 있지만, 항공기 개발의 핵심인 '체계종합'에 대한 경험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또 다른 인수 의향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선박 등을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하고 제작한다는 점에서 '체계종합'에 대한 이해가 더 깊을 수 있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참고로 보잉사나 록히드 마틴사의 경우 (전투기나 헬기 제작시) 대부분의 작업을 수작업에 의존하며 보잉사의 경우 호버크래프트와 같은 틀을 이용해 항공기를 조금씩 앞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